본문 바로가기

일상생활/오늘 인상적이었던 일

호텔 아르바이트

호텔의 찻잔, 깨끗하게 하얀 도자기들을 정리하면 나의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다.

 

< 이번주 호텔아르바이트 근무결과 >

 토

일 

월 

화 

수 

목 

금 

 O

출퇴근시간: 06:40~16:00 (새벽에 나가려니 죽음이야)

 

 카드비를 보고 급하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수일이 흘렀다.

 조현병환자로서 첫 재활이었다.

 첫날 참 기쁜 마음으로 출근했다. 다시 사회로 첫발을 디디게 되어서 아침에 나가는 것이 설렜다. 30대라는 나이가 마음에 걸려 화장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하고 나갔던지 모른다. 이모 왔다고 할까 눈치를 정말 많이 보면서 했다 직원들도 반겨주고 시작이 좋았던 것 같다. 일은 오래간만이고 긴장한 탓에 굉장히 몸이 피곤했다. 그렇지만 참 오랜만에 허기를 느끼고 제때 밥을 먹고, 무언가 한다는 것이 다시 건강해진 것 같았다.

 힘들었던 점은 역시 나의 나이와 호텔 아르바이트와는 약간 동떨어진 선생님 같은 외모였다.

 원래 호텔 아르바이트라는 것이 10대, 20대 학생들이 용돈 또는 급한 카드비를 막기 위해 잠깐 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풋풋하고, 어리기 때문에 호텔에서도 부담없이 설거지며 테이블 정리같은 단순한 일을 맡기는데, (물론 또 그런 풋풋한 아이들을 보면서 일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나의 중후한 연륜있는 외양과 그것이 충돌한 것이다. 한 성격 급한 캡틴이 돌려서 나에게 '와꾸가 안맞아' '오지마' 눈맞을 때마다 '한숨' 쉬어서 얼마나 야박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왕 돈 버는 것 급한 사람 벌게 해주면 안 되나. 어린애들 그렇게 좋아하지구는. 물론 그 이후에 내가 식은땀을 흘리며 일하는 중에 다른 캡틴이 다음주에도 보자~, 계속 와라~ 이렇게 말씀해주시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후에 다른 한 호텔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호텔은 대학 때 즐겁게 일한 경험이 있어서 한번 다시 가 보게 되었다. 나는 나보다 나이 어린 동생 한 명과 두살 어린 남성 직원 두명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되었다. 날마다 새 아르바이트를 가르쳐야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과, 편안 사람들과 조금은 편안 일을 하고 싶다는 나의 니즈가 맞아 계속 평일에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기로 했다. 동생은 성격이 좋고, 남자1은 차갑고 무서웠고, 남자2는 나보고 데이트 하자고 했다.

 그런 생활에서 힘든 점과 좋은 점 여러가지가 있었다.

  힘든 점은 아르바이트가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직원들은 시간은 많은데 순식간에 해내야하는 일이 엄청 힘들고, 아르바이트는 힘든 일을 아닌데 일하는 시간이 엄청 길고 바쁘다. 그러니까 내가 바쁘게 일하는 동안 직원이 휴대폰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화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 직원 일을 해보니 그것도 강도가 엄청 세다는 걸 알아서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해소되었다. 그리고 나이어린 동생은 성격이 약간 급하고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많이 시켜서 자존심이 상할 때가 있다.

 좋은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이 속정이 깊어 일도 나눠하고 싹싹해서 늘 보아도 좋다는 점이다. 여기서 일하는 아이들은 사회생활만큼은 기본이 튼튼하게 단련이 되어 있어서 대화도 잘하고 센스도 있다. 공부만한 나랑은 다른 스마트함인 것이다. 또 좋은 점은 그 외에 다른 직원들도 다 좋다는 점이다. 일을 고되지만 사람들이 선량하고, 따뜻하고, 정치적 견해가 비슷해 한 공간에 있는 것이 편안하다.

 내가 하는 일들은 조식을 먹는 손님들의 뷔페 접시가 쌓이지 않도록 치우는 것과, 그런 접시의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고 (일명 짬 처리), 홀에 사람이 꽉 차 자리가 부족하지 않도록 빨리 빨리 치우고 세팅하는 것이다. 그리고 레스토랑 영업 시에는 서빙을 하며, 한산할 때 포크, 스푼, 나이프 등(이것을 호텔에서 기물이라고 한다)을 설겆이하고(이것을 튀긴다고 한다), 컵이25개씩 들어간 커다란 렉을 튀겨서, 깨끗한 냅킨으로 닦에 정돈해놓는 것이다.

 이 일을 하고 나면 집에가서 뻗어서 잔다. 자꾸 저녁 시간을 놓치지 때문에 억지로 버텨서 저녁을 먹고 8~12시 까지 한번 자고, 2~5시 반까지 한던 잔다. 아주 쿨쿨잔다.

 

 

 

 

 

 


 

'일상생활 > 오늘 인상적이었던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장 복귀  (1) 2016.12.26
호텔 아르바이트와 정직원 제의  (0) 2016.10.26
충격의 카드비  (2) 2016.09.24
오후의 옥상  (0) 201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