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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정보

조현병의 잔여증상 이겨내기

     조현병이든 단지 정신병적 증상이든, 이 병을 겪은 사람들은 재발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약을 끊을 경우,3년 안에 재발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단, 약을 꾸준히 먹을 경우에는 평생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나의 경우는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나, 과업으로 잠을 못 잤을 때,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노래가 들리는 증상이 있다. 이런 것을 잔여증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잔여환청 같은 경우는 다 없어지지 않고 계속남아있다. 남은동안 싸워가며 생활하는 것이다.

나의 담당 선생님도 나이 먹으면 온갖 병이 다 생기는데 그 정도로 놀라냐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재발 증상에 대해 조금 더 적어보겠다. 나는 직장에서 파면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불안이 심해지면, 보통 이런 것은 윗사람이 조금 쌀쌀맞게 대하거나 냉대한 날에 느끼는데, 괴로워하면서 잠이 들지 못한다. 그리고 일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노래들이 들리고, 심할 때는 다른 사람이 나를 공격하는 말을 하는 것 처럼 상상하곤 했다.그냥 상상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바로 그 말이 들리는 것처럼 상상한다.


가령 일하는 중에 내가 복사기도 갔다가 텀블러에 물도 담으러 갔다가 하면서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움직이고 있으면 '저 사람은 되게 산만하구나'라고 대표가 생각하고 있을거라고 상상한다. 의지와 상관없이 0.5초만에 바로 튀어나오는 목소리고 상상이다. 조용한데 이것저것 하려니 부담되고 눈치 보이는 마음에 불안해져버린 것이다.



여기서 증상이 심각한 상태의 사람은 진짜 상대가 그 말을 했다고 믿고 대답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병식(증상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게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다. 나도 그렇다.





또 하나는 잠 잘때 머릿 속이 맑지 않은 것이다. 몸만 피곤하고 잠이 오지 않을 때 누워 눈을 감고 있자면, 온갖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얼핏 읽었는데 뇌의 저장하는 부분의 여러 신경이 건드려지면서 들리는 소리들이라고 한다. 그럴때는 그냥 그래 내 마음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건드려지고 있구나, 그런 말들을 상상하고 있구나 하고 넘어간다.


요근래에는 이런 날이 드물었는데, 어쩌다 가끔은 그런다. 지속시간도 길지 않고 곧 잊어버리고 잠든다.




처음 그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나는 몇일 두고 보다 바로 약을 먹고, 의사 선생님 상담 날에 남편과 함께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말씀드렸는데 그 정도는 전혀 문제가 아니라면서, 남편과 이야기 잘하고 푹 자는 것이 약 한알의 효과와 같으니 약은 먹지 말고 서로 잘 도우면서 이겨내라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나는 일말의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잔여증상이 있지만, 요즘 하루 일과와 일처리 능력은 발병 전이랑 완전히 똑같다. 느지막히 일어나 출근을 하고, 회의며, 문서 작성이며, 업무 전화를 처리하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내 뜻때로 무언가 해나가는 것과, 동료들과 수다를 떨어가며 하루 일과를 마치면, 성취감도 들고 외로운 느낌도 들지 않는다.


지금 직장 나의 부서에 가장 오래 일하고 있는 사람이 나다. 건강한 사람들도 나가떨어지는 조직에서 버티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회사에 들어온 동료들이 실력도 좋고, 성격들도 무난한 편이라지내기가 좋다. 퇴근하면 간신히 남편이랑 저녁에 요기를 하고, 주말에는 산책을 간다.



그렇게 잔여증상을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다.